* 본 인터뷰는 헤이그라운드 브런치에 실린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헤이그라운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이 함께하는 코워킹 커뮤니티입니다. [Hey People]은 헤이그라운드에서 체인지메이킹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을 소개하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데이터 분석 툴 교육을 통해 소셜섹터의 조직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누구나데이터의 김자유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자유님이 현재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케터분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마케팅 업무에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도와드린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 핫자(Hotjar), 구글 옵티마이즈(Google Optimize) 세 가지 툴을 잘 활용하실 수 있게 컨설팅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전시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저희는 이런 분석 컨설팅 에이전시 중 유일하게 소셜섹터와 소기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외국계 분석회사에서 큰 회사들을 주로 컨설팅 했었어요. 그때 사용한 좋은 분석도구와 최신 기법들을 가지고 개인 프로젝트로 가까운 비영리단체에 도움을 드렸는데요, 대부분 잘 적용하시지는 못하더라구요. 왜 그런지 봤더니 큰 곳과 작은 곳에 필요한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었어요. 비영리조직의 규모와 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화려한 방법론과 도구를 억지로 욱여넣으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접근, 다른 서비스, 다른 비즈니스모델,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데이터에 대해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전에 자유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자유님은 학창시절을 남다르게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제 정체성은 교육운동가였어요. 고등학생 때 교육제도와 학생인권 문제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웃음) '인권 학생회장'이 된 후 학생회 활동과 시만단체 활동으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요. 고3 때 패기 넘치게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고 교육 시민단체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수능 날이 되면 항상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 수능을 거부하는1인시위를 하는 청소년이 있거든요. 그걸 보면서 나도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마침 제가 시위를 하려던 해에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친구들이 같은 생각을 했던 거에요. 그래서 개개인의 1인시위가 아니라 집단적인 시위가 되었고 그 당시 청소년과 대학을 그만 둔 청년 등 50명 정도가 모여 거부선언을 해서 화제가 됐던 것이 제가 활동한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http://hiddenbag.net)'이라는 모임의 시작입니다. 그 이후로도 인원수는 줄었지만 매 수능 때마다 거부선언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라는 책도 함께 집필했고, 교육문제에 대한 세미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쉐어하우스 운영 등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투명가방끈은 대학을 거부한다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대학을 모두 가지 맙시다.’ 라는 대중운동은 아니고 입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대안운동 중 하나에요. 학벌사회에서 비롯된 입시제도의 문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대학, 취업학원으로 변질되고 공공성이 훼손된 대학교육의 질 문제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운동에서 지금의 커리어패스를 밟게 되셨나요?
투명가방끈 활동을 하고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 단체는 사교육 걱정 없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에요. 교육 인식 개선이나 입시제도를 바꾸는 문제 등과 관련해 활동을 하고요. 저는 투명가방끈 활동을 했으니 이 단체에서 대학 정책 파트를 맡았어요. 그 때 제가 도맡아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마케팅 관련 업무나 IT 와 관련된 일들이었고 이런 일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지션을 옮기게 되었죠. 이 과정을 거치며 한참 정체성 고민을 겪었어요. 한 평생 바치겠노라 결심했던 교육운동의 길을 접을만큼 비영리 홍보라는 것이 의미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고민하다가 그렇겠다는 답을 얻어서 정체성 변경을 했습니다.
정체성 변경이라니,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자유님은 마케팅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네. 마케팅은 원래부터 좋아하던 일이었어요. 아, 마케팅을 좋아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네요(웃음). 마케팅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마케팅 업무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일들, 예를 들어 사이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소셜미디어를 관리하고 이메일을 작성해서 반응을 체크하고 디자인을 하고. 이런 일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케팅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뭔가 업무에 있어서 업그레이드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잘 없는 것 같더라고요. 상반기평가같은 회의를 하면 ‘상반기에 이런 업무를 진행했고 그래서 좋아요가 몇 개 나왔고 뉴스레터를 몇 개 보냈고 기사가 몇 건 나왔고..’ 이런 '했던 것 나열' 말고는 자료에 적을 게 없어서 두루뭉술하게 주관적인 피드백만 주고 받다가 끝나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뭘 개선할지 모르니 다음 해에도 했던대로 똑같은 홍보를 하고 매해 발전이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때 마침 ‘데이터 분석’을 알게 된거죠. 구글 애널리틱스라는 걸 알게되었을 때 저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어요(웃음). 완전히 다른 관점, 다른 우주에서 사는 마케터의 도구랄까? 그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상으로 마케팅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어요. 그 매력에 빠져서 혼자서 공부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2017년 NPO Partner Fair에서 발표중이신 김자유님
와, 대단하네요. 구글 애널리틱스를 독학하신건가요?
혼자 공부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업무에서 써보며 익혔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비영리 쪽에서는 마케팅 분석을 활용해서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었어요. 그러다가 구글 애널리틱스의 대가로 평소 존경하던 데이터리셔스 대표님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요. 전수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소셜섹터로 돌아와 이 영역에 계신 분들을 도와드리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누구나데이터는 ‘스몰데이터’를 표방하고 계신데, 스몰데이터란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빅데이터 얘기를 하는데 그와 다른 개념으로 설명하려고 제가 만든 말이에요. 비즈니스를 개선하려면 외부 데이터에서 통찰을 찾을 게 아니라 우리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내부 데이터가 필요하거든요. 우리 사이트에 하루에 몇 명이 들어오고 이들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조차 모르고 계신 경우가 너무 많아요. 홍보를 했다면 그 홍보를 통해 얻은 성과가 궁금한데 오프라인 영역에서는 이를 밝혀내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쉽고 정확하고 무료로 알아낼 수 있을만큼 기술이 많이 발전했어요. 그걸 스몰데이터 분석 또는 적정데이터 분석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의 비교
정말 다양한 회사와 함께 일하고 계신데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굿네이버스를 가장 성공 케이스로 꼽고 있어요. 굿네이버스 내부에서도 구글 애널리틱스 고도화 이후 평가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고요. 굿네이버스 프로젝트의 경우 조직을 컨설팅한다는 느낌보다는 담당자 분들을 코칭한다는 것에 가까웠어요. 조직이란 것이 전문가 한 명 데려온다고 바뀌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조직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조직을 바꿔서 사람을 바꾸는 접근과 사람을 바꿔서 조직을 바꾸는 접근은 미묘하게 다른데, 분석에서는 후자가 현실작동하는 것 같아요. 굿네이버스는 그 모범 케이스였고, 누구나데이터가 지향하는 원칙에 '조직보다 사람'을 넣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하시면서 어떤 점이 어려우신가요?
분석이라는 것이 어쨌든 업무를 ‘평가’하는 방법인 거라서 되게 ‘성과중심적’이고 ‘결과중심적’인 세계관이거든요. 근데 소셜섹터에 계신 많은 분들은 과정과 사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성과, 마케팅, 영리적인 것들, 퍼포먼스 이런 단어들에 심리적으로 큰 거리감을 느끼세요. 저도 그랬거든요(웃음). 그래서 업계에서 흔히 쓰는 언어를 쉽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순화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커니즘과 세계관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데서 출발하다보니까 이 부분을 오해 없이 설명 드리는 데에 종종 장애물이 있는 것 같아요. 결과와 과정이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결과를 개선할 때 과정이 더 재미있고 효능감이 발휘되고 오랫동안 으쌰으쌰 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어요.
자유님의 향후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누구나데이터는 지금 딱 1년이 되었어요. 1년 간 누구나데이터라는 이름에서 ‘데이터’는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1년은 '누구나'할 수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여드릴 차례에요. 아직 모두 준비되지 않아서 말씀 드리긴 어렵지만 서비스 내용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많은 변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체인지메이커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신가요?
‘세상이 더 평등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믿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해보고 싶어요. 여기서 평등이라는 건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고요. 그게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으면 체인지를 바랄 수는 있지만 체인지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믿는 걸 넘어서 실천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맜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음식을 해서 나누는 것은 더 큰 기쁨이고, 훌륭한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경기를 직접 뛰는 건 더 행복한 것처럼요.
자유님께 헤이그라운드란 어떤 공간인가요?
그런 것들을 믿는 종교집단?(웃음) 농담이고요. 사람에게 있어서 공간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이 자기 몸을 어디에 두느냐가 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나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내용을 완전히 바꿔주기 때문에, 평소에 저를 어느 공간에 집어넣는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헤이그라운드는 각각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들이 유사한 조직과 개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간이고, 그런 에너지와 기회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들어오고 싶었어요. 한 3개월정도 웨이팅을 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헤이그라운드 내에서 Hey Hour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쇼카한국, 리니어블, 이원코리아, 슬로워크, 루트임팩트, 공감인 등 다양한 입주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너무 좋은 시간이었는데 짧은 시간이어서 아쉬웠어요. 조만간 또 만나 뵐 예정입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여정이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들의 발자취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길 바랍니다.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저작권은 헤이그라운드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By 헤이그라운드 Community Assistant 이유나
헤이그라운드는 각자의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이 함께하는 코워킹 커뮤니티입니다. [Hey People]은 헤이그라운드에서 체인지메이킹 여정을 함께하고 있는 체인지메이커들을 소개하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데이터 분석 툴 교육을 통해 소셜섹터의 조직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누구나데이터의 김자유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자유님이 현재 하고 계시는 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마케터분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마케팅 업무에서 의사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게끔 도와드린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구글 애널리틱스(Google Analytics), 핫자(Hotjar), 구글 옵티마이즈(Google Optimize) 세 가지 툴을 잘 활용하실 수 있게 컨설팅하고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이전시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저희는 이런 분석 컨설팅 에이전시 중 유일하게 소셜섹터와 소기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외국계 분석회사에서 큰 회사들을 주로 컨설팅 했었어요. 그때 사용한 좋은 분석도구와 최신 기법들을 가지고 개인 프로젝트로 가까운 비영리단체에 도움을 드렸는데요, 대부분 잘 적용하시지는 못하더라구요. 왜 그런지 봤더니 큰 곳과 작은 곳에 필요한 기술이 다르기 때문이었어요. 비영리조직의 규모와 여건에 전혀 맞지 않는 화려한 방법론과 도구를 억지로 욱여넣으려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접근, 다른 서비스, 다른 비즈니스모델, 다른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창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데이터에 대해 이야기를 더 들어보기 전에 자유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자유님은 학창시절을 남다르게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제 정체성은 교육운동가였어요. 고등학생 때 교육제도와 학생인권 문제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웃음) '인권 학생회장'이 된 후 학생회 활동과 시만단체 활동으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요. 고3 때 패기 넘치게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고 교육 시민단체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수능 날이 되면 항상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 수능을 거부하는1인시위를 하는 청소년이 있거든요. 그걸 보면서 나도 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마침 제가 시위를 하려던 해에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친구들이 같은 생각을 했던 거에요. 그래서 개개인의 1인시위가 아니라 집단적인 시위가 되었고 그 당시 청소년과 대학을 그만 둔 청년 등 50명 정도가 모여 거부선언을 해서 화제가 됐던 것이 제가 활동한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http://hiddenbag.net)'이라는 모임의 시작입니다. 그 이후로도 인원수는 줄었지만 매 수능 때마다 거부선언을 하고 있어요.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 라는 책도 함께 집필했고, 교육문제에 대한 세미나,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쉐어하우스 운영 등 활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투명가방끈은 대학을 거부한다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사실 ‘대학을 모두 가지 맙시다.’ 라는 대중운동은 아니고 입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대안운동 중 하나에요. 학벌사회에서 비롯된 입시제도의 문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대학, 취업학원으로 변질되고 공공성이 훼손된 대학교육의 질 문제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이해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운동에서 지금의 커리어패스를 밟게 되셨나요?
투명가방끈 활동을 하고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라는 시민단체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이 단체는 사교육 걱정 없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에요. 교육 인식 개선이나 입시제도를 바꾸는 문제 등과 관련해 활동을 하고요. 저는 투명가방끈 활동을 했으니 이 단체에서 대학 정책 파트를 맡았어요. 그 때 제가 도맡아 할 수 있었던 일들이 마케팅 관련 업무나 IT 와 관련된 일들이었고 이런 일들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포지션을 옮기게 되었죠. 이 과정을 거치며 한참 정체성 고민을 겪었어요. 한 평생 바치겠노라 결심했던 교육운동의 길을 접을만큼 비영리 홍보라는 것이 의미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인가, 고민하다가 그렇겠다는 답을 얻어서 정체성 변경을 했습니다.
정체성 변경이라니,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자유님은 마케팅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네. 마케팅은 원래부터 좋아하던 일이었어요. 아, 마케팅을 좋아한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네요(웃음). 마케팅을 좋아한다기보다는 마케팅 업무에서 실제로 발생하는 일들, 예를 들어 사이트를 만들어서 관리하고 소셜미디어를 관리하고 이메일을 작성해서 반응을 체크하고 디자인을 하고. 이런 일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마케팅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까 뭔가 업무에 있어서 업그레이드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잘 없는 것 같더라고요. 상반기평가같은 회의를 하면 ‘상반기에 이런 업무를 진행했고 그래서 좋아요가 몇 개 나왔고 뉴스레터를 몇 개 보냈고 기사가 몇 건 나왔고..’ 이런 '했던 것 나열' 말고는 자료에 적을 게 없어서 두루뭉술하게 주관적인 피드백만 주고 받다가 끝나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뭘 개선할지 모르니 다음 해에도 했던대로 똑같은 홍보를 하고 매해 발전이 없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때 마침 ‘데이터 분석’을 알게 된거죠. 구글 애널리틱스라는 걸 알게되었을 때 저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었어요(웃음). 완전히 다른 관점, 다른 우주에서 사는 마케터의 도구랄까? 그만큼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상으로 마케팅을 바라보는 느낌이었어요. 그 매력에 빠져서 혼자서 공부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2017년 NPO Partner Fair에서 발표중이신 김자유님
와, 대단하네요. 구글 애널리틱스를 독학하신건가요?
혼자 공부하고 강의를 들으면서 업무에서 써보며 익혔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비영리 쪽에서는 마케팅 분석을 활용해서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아예 없었어요. 그러다가 구글 애널리틱스의 대가로 평소 존경하던 데이터리셔스 대표님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요. 전수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소셜섹터로 돌아와 이 영역에 계신 분들을 도와드리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누구나데이터는 ‘스몰데이터’를 표방하고 계신데, 스몰데이터란 무엇인가요?
많은 분들이 빅데이터 얘기를 하는데 그와 다른 개념으로 설명하려고 제가 만든 말이에요. 비즈니스를 개선하려면 외부 데이터에서 통찰을 찾을 게 아니라 우리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내부 데이터가 필요하거든요. 우리 사이트에 하루에 몇 명이 들어오고 이들이 어디서 들어오는지 조차 모르고 계신 경우가 너무 많아요. 홍보를 했다면 그 홍보를 통해 얻은 성과가 궁금한데 오프라인 영역에서는 이를 밝혀내기 어려웠어요. 그런데 온라인에서는 쉽고 정확하고 무료로 알아낼 수 있을만큼 기술이 많이 발전했어요. 그걸 스몰데이터 분석 또는 적정데이터 분석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스몰데이터의 비교
정말 다양한 회사와 함께 일하고 계신데 특별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굿네이버스를 가장 성공 케이스로 꼽고 있어요. 굿네이버스 내부에서도 구글 애널리틱스 고도화 이후 평가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고요. 굿네이버스 프로젝트의 경우 조직을 컨설팅한다는 느낌보다는 담당자 분들을 코칭한다는 것에 가까웠어요. 조직이란 것이 전문가 한 명 데려온다고 바뀌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조직이 바뀐다고 생각해요. 조직을 바꿔서 사람을 바꾸는 접근과 사람을 바꿔서 조직을 바꾸는 접근은 미묘하게 다른데, 분석에서는 후자가 현실작동하는 것 같아요. 굿네이버스는 그 모범 케이스였고, 누구나데이터가 지향하는 원칙에 '조직보다 사람'을 넣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하시면서 어떤 점이 어려우신가요?
분석이라는 것이 어쨌든 업무를 ‘평가’하는 방법인 거라서 되게 ‘성과중심적’이고 ‘결과중심적’인 세계관이거든요. 근데 소셜섹터에 계신 많은 분들은 과정과 사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성과, 마케팅, 영리적인 것들, 퍼포먼스 이런 단어들에 심리적으로 큰 거리감을 느끼세요. 저도 그랬거든요(웃음). 그래서 업계에서 흔히 쓰는 언어를 쉽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순화해서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커니즘과 세계관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데서 출발하다보니까 이 부분을 오해 없이 설명 드리는 데에 종종 장애물이 있는 것 같아요. 결과와 과정이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 결과를 개선할 때 과정이 더 재미있고 효능감이 발휘되고 오랫동안 으쌰으쌰 할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고 싶어요.
자유님의 향후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누구나데이터는 지금 딱 1년이 되었어요. 1년 간 누구나데이터라는 이름에서 ‘데이터’는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1년은 '누구나'할 수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보여드릴 차례에요. 아직 모두 준비되지 않아서 말씀 드리긴 어렵지만 서비스 내용이나 비즈니스 모델 등에 대한 많은 변경이 있을 것 같습니다.
체인지메이커를 어떻게 정의하고 싶으신가요?
‘세상이 더 평등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믿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해보고 싶어요. 여기서 평등이라는 건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고요. 그게 가능하다는 것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으면 체인지를 바랄 수는 있지만 체인지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믿는 걸 넘어서 실천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맜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음식을 해서 나누는 것은 더 큰 기쁨이고, 훌륭한 경기를 관람하는 것도 좋지만, 그런 경기를 직접 뛰는 건 더 행복한 것처럼요.
자유님께 헤이그라운드란 어떤 공간인가요?
그런 것들을 믿는 종교집단?(웃음) 농담이고요. 사람에게 있어서 공간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이 자기 몸을 어디에 두느냐가 그 곳에서 얻을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이나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내용을 완전히 바꿔주기 때문에, 평소에 저를 어느 공간에 집어넣는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헤이그라운드는 각각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들이 유사한 조직과 개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공간이고, 그런 에너지와 기회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들어오고 싶었어요. 한 3개월정도 웨이팅을 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헤이그라운드 내에서 Hey Hour 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쇼카한국, 리니어블, 이원코리아, 슬로워크, 루트임팩트, 공감인 등 다양한 입주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너무 좋은 시간이었는데 짧은 시간이어서 아쉬웠어요. 조만간 또 만나 뵐 예정입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메이커들의 여정이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우리는 이들의 발자취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길 바랍니다.
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허가를 받아 작성한 게시물이며, 저작권은 헤이그라운드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By 헤이그라운드 Community Assistant 이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