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P][중요] 지금 당장 구글 애널리틱스의 '데이터 보관' 설정을 바꿔야 하는 이유 (GDPR)

2018-05-23

요약
구글애널리틱스의 '데이터 보관' 메뉴에 가서 '자동 만료 안 함'으로 설정을 변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상당량의 중요 데이터가 영구 손실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구글 애널리틱스에 들어가면 위쪽에 알림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변 이들이 제게 이것에 대해 물어왔습니다. 특이하게도 닫기버튼이 없었거든요.



[알림] 2018년 5월 25일부터 데이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보존 기능이 최근 출시되었습니다. 이 메시지를 닫으려면 관리 > 속성 > 추적 정보에서 속성의 데이터 보존 설정으로 이동한 후 '저장'을 클릭하세요. [자세히 알아보기]


그런데 전세계 사람들이 이 알림바를 무시한 모양입니다. 5월 18일 경부터 구글은 알림바를 형광색 ‘경고바’로 바꾸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강조한 적은 없었다.


알림바의 정체


이것은 GDPR(유럽 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이 2018년 5월 25일부터 시행되는 것에 맞춰서 출시된 새 기능에 대한 안내입니다. 이 알림바가 안내하는 메뉴로 찾아가보면 '데이터 보관' 설정이 나옵니다. 기본 설정은 '26개월'로 되어있으나 더 오랫동안 데이터를 보존하도록 변경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그다지 중요해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무슨 기능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집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되는 대부분의 표준 보고서는 이 같은 변경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말하고 있어서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집계 데이터'라는 문구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심한듯 써놨지만 중대한 의미가 있습니다.


'집계 데이터(aggregated data)'는 번역의 실패(...)로서 요약 데이터 또는 총계 데이터 정도로 번역되어야 옳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글 애널리틱스가 보고서를 보여주는 방법을 살펴봐야 합니다.


표준 보고서와 애드혹 보고서


'집계 데이터'는 구글 애널리틱스에서 기본 제공되는 보고서의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즉, 왼쪽 메뉴에서 클릭해서 바로 볼 수 있는 보고서들을 가리킵니다. 평소 자주 보는 기초적인 보고서이지요. 때문에 로딩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 구글은 이 보고서를 출력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별도로 준비해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클릭과 동시에 보고서가 신속히 출력됩니다.


표준보고서 예


표준 보고서의 반댓말은 애드혹(Ad-hoc) 보고서입니다. 애드혹 보고서에 대한 구글 도움말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그먼트, 필터 또는 두 번째 측정기준을 적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표준 보고서를 수정하거나, 표준 보고서에 존재하지 않는 측정기준과 측정항목의 조합을 이용해 맞춤 보고서를 만든 경우, 애널리틱스 데이터의 애드혹 보고서가 생성됩니다. (필자 의역)


표준 보고서에는 너무 기초적인 내용 밖에 없기 때문에 의미있는 분석을 하려면 세그먼트, 필터, 두 번째 측정기준, 맞춤 보고서 등의 기능을 사용해서 데이터 쪼개기를 하게 됩니다. 이 때 쪼개진 보고서를 애드혹 보고서라고 합니다.

세그먼트를 활용한 애드혹 분석 보고서 예 (데스크톱 vs 모바일)


'데이터 보관' 설정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데이터 보관 기간이 만료되어 데이터가 삭제된 이후에는 표준 보고서만 볼 수 있고 애드혹 보고서(세그먼트, 필터, 두 번째 측정기준, 맞춤 보고서 등을 적용한 보고서)는 영구히 볼 수 없게 됩니다.


'데이터 보관' 설정이 분석에 미치는 영향


애드혹 보고서 외에도 몇몇 보고서의 데이터가 삭제됩니다.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고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애드혹 보고서
  • 흐름 보고서 : 사용자 흐름, 행동 흐름, 이벤트 흐름, 목표 흐름
  • 유입경로 시각화
  • 다채널 유입경로
  • 기여


구글 애널리틱스를 제대로 쓰는 사람이라면 표준 보고서만 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위 데이터가 사라진다는 것은 구글 애널리틱스가 ‘분석 도구’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보고 도구’로 전락한다는 뜻입니다.


때문에 데이터를 삭제하고 싶지 않다면 이 설정을 '자동 만료 안 함'으로 변경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26개월 이전에 수집된 데이터가 사라집니다.


'자동 만료 안 함'으로 설정을 해도 GDPR 준수에는 문제가 없나요?


이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GDPR은 유럽용입니다. 즉, 유럽 지역에 소재를 둔 사업자이거나 유럽 고객(또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면 GDPR 준수 의무는 없습니다.


둘째, 구글 애널리틱스의 '데이터 보관' 설정은 사실 GDPR 준수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이보다도, 고객이 구글 애널리틱스에 수집된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열람권과 삭제권(잊혀질 권리) 등을 행사할 때 대응하기 위한 기능이 필요한데, 이것은 '데이터 보관' 설정과는 다른 별도 기능을 출시하겠다고 구글이 예고한 바 있습니다.


그럼 왜 구글은 GDPR 시행일에 맞춰서 이 '데이터 보관' 설정을 공개한 것일까요? 물론 GDPR이 선언하는 프라이버시 친화적 초기설정(Data Protection by Default)을 따르고 삭제권(잊혀질 권리)을 폭넓게 보장하기 위해서 구글 같은 빅브라더 기업이 선제적인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구글 애널리틱스 유저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쌓은 마케팅 자산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초기설정값을 '자동 만료 안 함'으로 두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심지어 구글이 GDPR을 핑계 삼아 이 기회에 데이터 대청소를 해서 서버 유지비 다이어트를 하는 게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해외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지금 바로 구글 애널리틱스로 가서 '자동 만료 안 함'으로 설정을 변경하세요. 보유하고 있는 모든 구글 애널리틱스 계정을 점검하세요. 지체하면 26개월이 지난 사용자의 유의미한 데이터는 모두 손실됩니다. 몇 가지 의문이 남을만한 내용을 Q&A로 정리했습니다. 그외 질문이나 의견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Q&A


'데이터 보관' 설정을 바꾸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앞서 언급했듯이 데이터 보관 초기설정값은 26개월입니다. 따라서 이 설정을 그대로 두면 26개월 이전 기간의 분석은 불가능해집니다.


손실되는 데이터가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전적으로 당신의 판단입니다만, 애드혹 데이터가 비즈니스에 중요하다는 점은 전세계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당신이 구글 애널리틱스에 아주 가끔 들어가서 방문자수 정도만 본다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네요.


구글 애널리틱스 Reporting API에 영향이 있나요?

이에 대한 구글의 공식적인 설명은 아직 없었습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보건데, 데이터 보관이 만료되어 데이터가 삭제된다면 API로도 꺼내올 수 없을 것입니다.


'데이터 보관' 설정을 변경하면 즉시 반영되나요?
구글 도움말에 의하면 24시간 동안 유예기간을 둔 후 반영된다고 합니다. 즉 24시간 이내에 변경사항을 취소할 수 있으며 취소할 경우 데이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데이터가 삭제되는 시점이 사용자마다 다른가요?

예를 들어 특정 사용자의 데이터가 26개월 후 삭제된다고 했을 때 100명의 사용자 데이터가 삭제되는 시점이 각각 다르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글 도움말을 보면 그렇게 하지 않고 매월 한 번에 모아서 삭제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그러면 매월 '삭제의 날'이 언제인지 등 의문이 남는데 이에 대해서는 구글의 추가 발표를 기다려봐야 합니다.


'데이터 보관' 설정을 변경하면 내 웹사이트에 공개된 개인정보처리방침도 개정이 필요한가요?

이 설정이 출시되기 전까지 구글 애널리틱스 데이터 보존 기간은 '영구'였습니다. 이 설정으로 인해서 영구 또는 그보다 적은 기간 보존하게 됩니다. 오히려 개인정보 보호가 더 강화되는 것이기에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정보처리방침 개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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